비망록
문정희
남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
남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
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
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
구겨진 속옷을 내 보이듯
매양 허물만 내 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
사랑하는 사람아
너는 내 가슴에 아직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
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허둥거린다